영화리뷰 / / 2022. 10. 14. 15:44

[안나:ANNA] 완전히 다른 삶을 만들어 살아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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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려 했던 유미의 인생 이야기

유미는 청각장애를 가진 엄마와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욕심도 많고 자존심도 강해 언제나 하고 싶은 일은 해야 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타고난 가난은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언제나 돈 걱정을 하며 살았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버지에게 여러 번 부탁을 해서 사곤 했다. 학창 시절도 넉넉하게 보내지 못했지만 늘 최선을 다했기에 주변에서는 똑똑하고 야무진 아이로 평가받으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사소한 실수로 대학 입학시험을 망쳤고 합격을 기다리는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로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녀의 거짓말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명문 여자대학의 입학식에서도 거짓말로 부모님을 속이고 학교 동아리에도 거짓말로 가입한다. 유미가 그녀의 집안과 배경을 거짓으로 포장할수록 친구들을 그녀를 더욱더 부러워했다. 하숙집에서 만난 선배 지원에게도 거짓말을 해서 신문사 동아리를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남자 친구 재호를 사귀게 된다. 부잣집 아들이었던 재호는 유학을 갈 예정이었고 유미에게 미국에 함께 가서 공부도 하고 결혼도 하자고 한다. 미국에 가게 된다는 사실에 들뜬 유미는 아버지에게 또다시 큰 금액의 학비를 지원해 달라고 한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아버지는 유미가 미국에 갈 수 있도록 돈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미국으로 떠나는 날 재호의 어머니에 의해 유미의 정체가 밝혀졌고 그렇게 유미는 버림받게 된다. 그 사이 유미의 아버지는 암으로 돌아가시게 되었고 치매에 걸린 엄마와 유미 둘만 남게 되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던 유미는 학력이 필요 없는 직장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마레 갤러리 작은 이사인 현주의 직원 겸 비서 역할이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티 없이 자라난 현주와 지독한 가난으로 그늘진 유미의 얼굴이 대비되어 보였다. 현주의 온갖 잡다한 일들을 맡아하던 유미는 현주의 지나친 하대와 모욕을 겪고 현주의 개인정보를 훔쳐 나온 후 갤러리를 그만둔다. 그 후 지원 선배를 다시 찾아간 유미는 지원으로부터 마술학원강사 자리를 소개받게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더욱더 치밀하게 거짓말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낸 거짓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미가 가르쳤던 아이들이 미국 명문 예술대학교에 합격하게 되면서 유미는 점점 명성을 얻어간다. 이름도 안나로 바꾸고 살아온 배경, 학력 모든 것을 바꾼다. 아버지의 세탁소가 지역개발로 팔리게 되면서 마련한 돈으로 서울에 집을 얻었고, 자신을 성공한 여성의 모습으로 하나하나 바꿔가며 평생교육원의 강사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던 중 정치인을 꿈꾸는 야망 있는 기업가 최지훈을 소개받게 되고 그 또한 자격지심이 가득한 남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미는 결혼을 감행한다. 신혼집이 있는 아파트에서 예전 마레 갤러리의 작은 이사인 현주를 만나게 된 유미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가난한 직원이었던 유미가 부유한 생활을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현주가 뒷조사를 하게 되었고, 유미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신분세탁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가 난 현주는 유미를 협박하며 돈을 요구한다. 돈을 마련할 길이 없던 유미는 동분서주하며 돈을 마련하려 애썼고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한편 유미의 선배 지원은 우연히 만난 유미의 전 남자 친구 재호에게서 유미가 가짜 신분으로 모두를 속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미의 주변 인물들을 찾아가 조사를 하며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고, 결국 유미 본인의 입으로 가짜 인생을 살고 있음을 듣게 된다. 유미의 결혼생활은 남편 지훈 때문에 평탄치 않았다. 정치인을 꿈꾸는 탓에 어느 자리든 불려 나가 분위기를 맞춰야 했고 원하지 않는 일들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지훈이 자신의 비서라며 조유미라는 여성을 데려왔는데 그 모습이 예전의 본인과 너무 닮아있어 유미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지훈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유미를 마음껏 활용했다. 그럴수록 유미는 지쳐갔다. 현주에게 거액의 돈을 줘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며 압박감을 느끼던 중 현주가 사고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남편 지훈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미는 또다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나름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남편 지훈의 비리가 담긴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혼외자 스캔들이 있었지만 지훈은 결국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지훈의 비리를 신문사 기자인 지원에게 넘긴 유미는 남편 지훈과 미국길에 오른다. 지훈의 숨겨둔 아들을 데리러 간다는 이유였지만 사실 자신의 비리를 알고 있는 유미를 다른 나라에 버리려고 한 것이다.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유미는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듣는다. 미국에 도착한 유미는 지훈의 비리가 세상에 밝혀지는 것을 바랐지만 역시 모두 한통속이었다. 지원의 보도를 방송국에서 못하게 한 것이다. 이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유미는 지훈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차를 급정거시켜 전복사고를 일으킨다. 사고 후 혼자 캐나다로 넘어온 유미는 그렇게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간다.

 

무엇인 진짜 모습인지 착각할 정도의 뛰어난 연기력과 감동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여운이 남았다.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청소년 역할부터 30대 역할까지 모두 연기한 주인공 수지의 연기력도 인상 깊었다. 벗어날 수 없는 가난에서 몸부림치는 유미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고, 부모를 잘 만나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현주가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짐을 살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비록 부잣집 딸로 태어났지만, 남편과의 문제로 자신이 사랑하는 딸을 마음껏 만나지 못하는 엄마로서의 현주의 슬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극 중 유미와 유미 엄마가 수화로 대화하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많은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지만 눈빛으로 오가는 무언의 대화가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유미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엄마를 찾아갔을 때 엄마가 이야기한 꿈 얘기가 영화의 마지막에서 이해되면서 끝까지 딸을 지켜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크고 맑은 눈망울로 유미를 바라보고 있던 사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던 것 같다. 탄탄한 짜임새로 긴장감 있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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